...저도 제가 이만큼 긴 세월을 까먹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공경도하 플레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 생과 사와 실종과 어쩌고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확 생각이 나서 또 잊어버리기 전에 후다닥 가져왔어요. 홀로 있는 시간동안 아무 것도 안 할 것 같진 않아서 컨셉을.. 처음엔 닷도 아서한테 편지를 따로 쓰고 있었음 (그래서 필체) -> 전파를 받고 답장 격으로 보내는 전파 ... 로 잡았어요. 어투라든지 여러가지 신경을 꽤 썼는데 그거에 비해...
...
....결과가 xx
...
...아무튼
.................
....이거정말 짜릿한 자해네요 그렇지만 즐거웠습니다...
...하.. xx
다음에도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짝꿍편지 또 써요 즐겁네요 편지라는 일방향적 매체여서 마음대로 시간을 주물러도 되는 점이 제일 즐거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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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씨. 여기는 아스트라이오스입니다. 이 곳은 굉장히 생존에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에요. 예전부터 도박에 그렇게 능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장한 각오를 품고 한 도박까지 이렇게 결과가 좋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말이에요. …이 곳은 시간이 다른 곳과 다르게 흘러가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최첨단 과학과, 당연한 상식, 모든 게 존재하지 않아요. 황량한, 태초의 지구와도 같은 환경이죠.
이런 곳에서도 살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살' 수는 있겠지만 사회를 구성할 수는 없겠지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이 행성에서 강한 적색편이가 나타나요. 바깥에서 메시지를 수신하긴 했지만, 아트로포스에서 언제 보낸 메시지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이 메시지도 한참을 있다가 당신에게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
저보다 한참 인생 선배이신 분들 말 들어서 손해일 건 없다고 늘 생각을 했는데, 왜 딱 그 때만 변덕이 일어났을까요?
아마 당신과, 다른 사람과 살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글쎄요. 저는 제 인생이 싫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아서….
그럴듯한 핑계로 세상을 등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끝까지 뜯어 말려서 붙잡으려고 했던 당신한테는….
건방지게도 죄책감이 들어요.
혹시 연방우주국에서는 별 소식이 없던가요? 이만큼 거대한 인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말이죠. 부디 그 곳에는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긴 신호가 왜곡되어 어떻게 되었는지, 바깥의 소식을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
우습게도 계속 기억이 나요. 어떻게든 저를 붙잡아 두려고 했던 당신의 말이나, 손길이나…. 왜일까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제 생존을 바랐던 사람은 없거든요. 보통은 그게 가족이었겠지만 저는 가족이 없으니까.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아무 대가를 바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건가요. 꽤 편안했어요. 아서 씨. 당신과 있으면 말입니다.
우주선 안이 엄청 외롭지는 않아요. 혼자 이렇게 떠다니는 게 꽤 익숙했던 듯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대로 당신에게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제가 너무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거라고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오히려 홀로 우울하게 있어도 누구도 신경쓰지 않거든요. 신경을 쓸 사람이 없으니까. 애써 생존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어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제가 두고 온 것들에만 마음을 집중하고 있으면 되죠. 그 중 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걸, 당신이 부디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하하. 아서 씨. 저는 생각보다 굉장히 어두운 사람이었나봐요. 당신이 좋아해주고, 기특해한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텐데.
이 전파가 닿았을 때, 당신이 저를 조금 미워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겠네요.
아서 씨.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저는 아마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러니까... 당신이 저를 말리지 않은 것, 그리고 제가 고집을 피운 것에 대해 사과도 전하고 싶고, 당신과 번듯이 살아가고 싶기도 하지만… 기약이 없어요. 저를 마냥 기다려달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 즐기다가, 생존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혹여나 동아줄이 떨어지거든 잡고 나가겠습니다. 그 때 당신이 있는 곳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아서 씨.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새로 덧대어 입력한 것이에요.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갈 수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순간에 저는 이상하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당신에게 전파를 보내고 싶었어요. 기다리지 마세요. 당신의 삶을 살아가세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어 있더라도…. 그래요, 농담을 조금 덧붙이자면, 당신과 만났을 때 이미 당신은 늙어 있었으니까, 더 늙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리도 없고, 당신은 꽤 고집스럽지 않습니까. 자잘한 것이 바뀌어 있더라도 당신은 당신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서. 기다리지 말고 당신의 삶을 살아가세요.
돌아가거든 반드시 당신을 찾아갈게요. 하고 싶은 얘기가 저도 정말 많아요.
우리는 아마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러니까, 제 전파가 조금이라도 가 닿는다면, 제 경고를 무시하지 마세요.
아서….